지난 15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북쪽 고덕신도시 16블록 주택가. 반도체 공장 인부들을 겨냥해 들어선 260여 채의 상가주택 대부분에 ‘임대문의’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점심시간임에도 인적은 드물었고, 쓰레기통 앞엔 흙이 묻은 작업화가 널브러져 있었다. 반도체 공장 건설 인부라는 김모씨는 “최근 고덕동을 떠나는 일용직이 늘면서 이렇게 옷가지와 생활용품을 내다 버린다”고 전했다.
한때 ‘일용직의 엘도라도’로 불리던 경기 평택 고덕동의 활황세가 꺼져가고 있다. 반도체 불황의 여파로 삼성전자가 ‘건설 일정 조절’에 나서면서다.
이날 고덕동의 모습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첨단대로의 공장 맞은편 해장국집엔 15개 테이블 중 절반이 비어있었다. 윤모 얼큰해장국 사장은 “작년부터 (공장에) 사람이 서서히 빠졌고, 2월부터 급속도로 인력이 줄었다”며 “한창때와 비교하면 손님도 반의반 수준으로 줄었다”이라고 했다. 단골손님이 없는 도로 안쪽 상가 대부분은 장사를 중단한 상태였다.
공장 북서쪽 대로변에는 오토바이, 전동 킥보드(PM·개인형 이동장치)가 스무 대 남짓 보였다. 도로변 300m가량 구간엔 작년 가을께까지만 해도 근로자들이 출근길에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가 새까맣게 주차돼 있었다고 한다.
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한창때(2022년 여름)와 비교하면 투입 인력이 얼마나 줄었냐’고 묻자 당시(최대 6만~7만 명)의 ‘3분의 1’ ‘4분의 1’ 등 다양한 답이 오갔다. 전기설비 기공(기능공)이라는 김모씨는 “2022년엔 하루 2공수(오전 7~오후 9시)를 뛰면 50만원, 한 달 1000만원을 버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지난달엔 겨우 300만원을 가져갔다”고 했다.
P4(4공장) 조공(보조 근로자)이라는 오모씨(55)는 “6만 명이 하루 1.5~2공수를 매일 하다시피 하는 날도 있었는데, 요즘엔 대부분이 1주일 2~3공수를 겨우 한다”며 “2만~3만 명이 현장에 남아있다고 보면 일감이 10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고덕국제신도시 아파트값도 매매가가 30%, 전세보증금은 20%가량 빠졌다. 2021년 말 8억8000만원까지 올랐던 고덕신도시자연앤자이 전용면적 84㎡ 실거래가는 6억원이고, 전셋값은 4억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하락했다. S공인 관계자는 “공장이 가동되고 삼성이나 관련 업체 직원들이 들어와야 하는 곳”이라며 “올 들어선 거래가 성사되는 사례가 드물다”고 걱정했다.
평택시도 울상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로부터 걷던 지방법인세(법인세의 10%인 지방소득세 중 평택시 납부분)가 작년 1799억원에서 올해는 1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평택시는 지난해 부터 세수위축 여파에 대비했다. 평택시는 신규 도로망과 도서관 건립 등 건설 프로젝트가 중단될 것을 우려해 긴장 태세에 돌입했다.
시 관계자는 “공장이 본격 가동되고, 이익도 늘어야 법인세가 증가하는 구조”라며 “2만여 명이 일하는 P4(4공장) 공사 투입 인원이 이달 말 1만여 명으로 줄어든다는 소식이 더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택=박시온/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관련뉴스